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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할머니와 빨간스웨터 '집으로...(The Way Home, 2002)'

by Hygge Editor 2018.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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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이 배고프다는 말 만큼 흔해진 시대가 됐지만 

영화 ‘집으로…’ 에서는 ‘사랑’이라는 말이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습니다. 

주인공 역시 사랑을 얘기하기엔 어울리지 않을 듯한 할머니와 손자... 

서울에서 온 일곱살짜리 손자 상우와 산속 시골에 사는 

일흔 일곱살의 외할머니가 주인공이니까요. 

심지어 할머니는 말을 못하는 ‘벙어리’입니다. 

하지만 ‘집으로…’ 는 ‘사랑한다’ 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고도, 

마음 한구석을 일렁이게 하는 깊고 조용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상우의 외할머니는 우리네 할머니들이 다 그렇듯 

‘사랑한다’는 말을 ‘미안하다’고 합니다.

말 못하는 상우 할머니에게는 ‘미안하다’가 가슴 언저리를 문지르는 것이고요. 

철없는 상우가 “게임기 배터리 사게 돈 줘!”하고 떼를 쓸 때도, 

닭백숙을 걷어차며 “누가 물에 빠뜨린 닭 달랬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달란 말야!”하며 울 때도, 

할머니는 가슴을 문지르기만 합니다.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잠시 맡긴 상우는 '도시’를 상징하지요. 

상우는 할머니가 손으로 찢어주는 배추 김치 대신 스팸만 먹고, 

물 대신 콜라를 마십니다. 반면 외할머니는 ‘자연’을 나타내지요. 

한데, 왜 친할머니가 아닌 외할머니일까요? 같은 할머니지만, 

아마 ‘아빠의 엄마’인 친할머니에게서 왠지 당당함을 엿볼 수 있다면,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에게서는 겸손하면서도 

꿋꿋함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도시 문명을 끌어안는 대자연의 힘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그리고자한 이정향 감독이 외할머니를 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겠지요. 

‘집으로…’는 그동안 잊고 지낸 소중한 사실들을 새삼 일깨워줍니다. 

시골 변소가 무서운 어린 손자를 위해 요강 속까지 닦는 외할머니의 

거칠고 마디 굵은 손이 얼마나 곱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도요. 

영화를 보면서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겠지요. “비현실적이야. 

요즘 저런 할머니가 어딨어.” “자장면 한 그릇을 손자에게만 먹이고 

할머니는 엽차만 마신다는 건 상투적이군.” 

이런 분! 들은 영화를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한 분일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음으로 보는 영화지요. 영화속 외할머니는 

누구에게나 있었거나, 혹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의 고향 같은 존재입니다. 

마지막에 상우는 엄마가 있는 서울로 돌아가지요. 

할머니에게 글을 가르쳐주던 상우는 

연필 잡는 것조차 서툰 할머니에게 화를 냅니다. 

“할머닌 말을 못하니까 전화도 못하는데, 편지도 못쓰면 아플 때 어떡해!” 하며 

울음을 터뜨리지요. 이 말을 하는 상우는 어느새 한 뼘쯤 자라 있습니다. 

이 땅의 외할머니들은, 가진 것 없고, 배우지 못했더라도, 

다들 이렇게 손자들을 가르치고 길러주신 게 아닐까요? 처음 왔을 때 

할머니를 “벙어리” “벼엉∼신”하며 무시했던 상우는 할머니를 향해 

가슴 언저리를 손으로 문지르며 떠나갑니다. 

영화 제목 ‘집으로…’의 말줄임표에는 이처럼 말로는 표현될 수 없는 사랑이, 

미안함이, 그리움이 숨어있습니다. 

상우의 깜찍한 행동을 보면서 즐겁게 웃다보면 어느새 눈가가 촉촉이 젖어듭니다.

이! 영화가 끝나고 ‘이 땅의 모든 외할머니들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는 

감독의 헌사와 마주했을 때, 만약 눈시울이 또다시 뜨거워지며 

기억 저 편의 외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은 감사해야 합니다. 

그런 외할머니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에…. 



지난 한 주(두 주인가?^^;)간도 안녕히(!) 지내셨나요?
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선선하고, 서울은 그랬습니다. 다른 곳에 계신 분들은 어떠셨는지요?
지난주는 바쁘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고..
봄에 나들이 다니는 건 역시 좋은 것!! (이제 봄이라 하기엔 너무 덥긴 하죠..) 
 
친구와 함께 '집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이 친구와는 맨날 폭력영화만 봤었는데.. ^^;)
근래에 봤던 영화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내용을 모르고 가서 봐서 감동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네요.(내용알고 가신분들은 별로 감동적이지 않았다고 하는 풍문이 돌더군요.)
인터넷에 올려져있는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영화의 감동은 각자의 감동으로 남기고 싶네요. 눈시울이 촉촉해 지는 감동을 느끼실수 있을 것이라고...
 
이제 또 한주가 시작됩니다.
이번 주는 좀더 멋진 계획으로 그리고, 멋진 만남들을 만드는 한주가  되시길 바랍니다. 바쁘지만 여유있는...
아,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니에게 편지를 보내시거나,전화를 한번 해보시는 건? ^^;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분들은...부모님에게라도..)
음악도 할머니와 관련된 곡으로 들려드립니다.
여행스케치의 '할머니와 빨간스웨터'...
 
행복한 한주가 되시길 바랍니다.





집으로... (2002)

The Way Home 
 9.4
감독
이정향
출연
김을분유승호동효희민경훈임은경
정보
가족, 드라마 | 한국 | 87 분 | 2002-04-05
다운로드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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