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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여행 떠나기 전에 보면 좋은 영화들! 영화 속 명소로 여행을 떠나자!

by Hygge Editor 2018.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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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TAXI 2

파리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신나게 질주하는 택시, 당신 아버지가 짭새만 아니라면 괜찮아!

 

An American Werewolf in Paris

에펠탑의 번지점프. 공포의 서막은 너무도 달콤하다

French Kiss

프랑스 해변과 시골의 전원적 풍경을 배경으로 한 깜찍한(?) 사랑 이야기

키스처럼 달콤하게 찾아온 솜사탕 같은 사랑, 프렌치 키스

키스가 무엇이길래…

"키스는 두 입술을 통해 숨결과 영혼을 주고받는 거예요." 영화 속 여주인공 케이트의 대사다. 키스야말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키스는 극중 주인공인 '케이트'와 '뤼크'를 진정한 사랑으로 연결해주는 모티브가 되고 있다. 키스가 무엇이길래… 
'프렌치 키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전원과 칸 해변의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La Mer'의 감미로운 선율 등으로 눈과 귀, 마음이 모두 즐거워진다.
천진스러운 미소 하나로 전 세계의 남성의 마음을 녹여버린 매력적인 '맥 라이언'과 속옷 회사 이름인 줄로 알았던 '캐빈 클라인'이 주연을 맡아 영화를 더욱 화사하게 만들었다. 
프랑스에는 절대로 애인 혼자 보내서는 안 된다 
순진한 역사 선생인 케이트(맥 라이언)는 의사인 찰리와 약혼한 사이다. 결혼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열심히 저축을 하고 있던 케이트는 어느 날 프랑스의 세미나에 참석한 찰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바로 프랑스에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는 것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던 케이트는 용기를 내어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게되고 그녀의 옆자리에 탄 전문 보석밀수범인 뤼크를 만나게 된다.
케이트는 그의 과잉친철(?)로 무사히 프랑스에 도착하지만 뤼크는 그녀의 가방에 자신의 포도밭을 인수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인 목걸이를 숨겨놓는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케이트와 뤼크의 엎치락뒤치락 사랑 만들기. 뤼크는 케이트에게 약혼자를 되찾는 것을 도와주기로 하고 케이트는 뤼크에게 형사의 눈을 피해 목걸이를 대신 팔아주기로 한다.
드디어 게임 시작. 케이트는 뤼크의 도움으로 약혼자를 다시 되찾을 수 있었지만 그에게 환멸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뤼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케이트는 뤼크를 뒤쫓는 형사의 권유로 목걸이를 형사에게 인도하고 자신의 전 재산을 뤼크에게 주고 떠난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된 뤼크, 다행히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뤼크의 꿈이었던 포도밭 위에서 그들은 뜨거운 키스를 하며 사랑의 수확을 맞게 된다.

프랑스의 햇살 아래 사랑은 이루어진다

'프렌치 키스'는 영화가 아닌 프랑스 홍보물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프랑스의 아름다운 면모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케이트가 약혼자를 찾기 위해 탄 기차는 프랑스의 전원을 통과하며 인간이 만든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또 뤼크의 포도밭이 있는 '프로방스' 지역은 동화 '별'의 배경지가 되었던 곳으로 언뜻 보면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 같지만 남프랑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또 이곳 프로방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원이 있어 와인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달콤한 분홍 포도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마지막으로 케이트가 찾은 도시는 국제적인 관광지이자 칸 영화제로 더욱 유명해진 아름다운 휴양지 '칸'이다. 특히 칸 해변은 바다 속 깊은 곳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바닷물과 비치를 따라 뻗어 있는 야자나무와 꽃들로 남국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다. 또 화려한 호텔과 언덕 위의 빌라, 물 위에 떠 있는 요트들은 이곳이 고급 휴양지임을 말해준다.

 

 

칸이 자랑하는 또 한곳은 매년 5월이면 칸 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클루아제' 거리다. 영화제가 열리는 '페스티벌 홀'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배우들의 손 지문과 사인들이 바닥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칸 영화제의 열기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곳 '클루아제' 거리를 걷다보면 어디선가 은은하게 탱고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거리는 탱고에 흠뻑 젖어들고 누군가 홀로 탱고춤을 추고 있는 듯 하다. 이것만 보아도 왜 케이트가 키스 하나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었는지 알 것 같다. 어느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프랑스에선 가능한 일일 것이다. 

프랑스의 통통한 햇살은 포도를 영글게 하고 사랑도 영글게 한다. 프랑스의 이런 밝은 분위기와 향기로움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까지 밝게 해준다. 눈으로만 보는 여행이 아닌 영혼까지 즐기고 싶다면 이곳 프랑스를 놓쳐서는 안 된다.

 

Mission : Impossible

프랑스 초원을 가르는 TGV 위에서의 한판 승부

 

The Lovers on the Bridge

화려한 퐁네프 다리. 때로 사랑은 흉기가 되어 가슴을 후벼 판다.

 

Paris, France

파리를 동경하며 그리는 괴이한 사랑 이야기

The Tango Lesson

열정적인 탱고의 선율. 탱고와 춤으로 은유한 인생과 사랑의 이야기.

Interview with Vampire

자신의 근원을 찾아 전세계를 헤매다 마침내 파리로 온 뱀파이어...

 

Spain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모든 것을 잃으면 새로운 것을 얻는다!!!

Tango

화려하고 매혹적인 탱고의 선율. 스페인의 정열을 느껴보자

Austria

Before Sunrise

빈에서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헤어짐

인연에서 사랑으로 이어진 빈에서의 하루 - 비포 선라이즈


참 묘한 영화 한편을 보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참 묘한 영화다. 진행이 빠르고 다양한 화려한 장면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시선이 한 순간에 파괴되는 것 같다.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면서 헤어질 때까지, 그리고 인연에서 사랑하게 되기까지 참 많은 사건과 이야기들이 흘러야 정상이겠지만 이 영화는 고작 하루의 시간만을 보낼 뿐이다. 거기다 화려하거나 환상적인 장면도 없이 두 사람은 하염없이 걸으며 각자의 생각과 생활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분명 무엇인가 가슴속에 파고드는 것이 있었다. 잔잔한 여운이 가슴에 남고, 아름답고 고요했던 장면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무엇보다 그들이 서 있던 혹은 걷고 있던 거리와 골목, 다리, 공원 등은 영화내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며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든든히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여행 홍보용으로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은근한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의 제1의 도시 비엔나… 바로 이 영화의 배경지다. 아하! 어쩐지 심상치 않은 도시였다. 영화에서는 비엔나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란 곳은 모두 담아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들은 낮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비엔나를 두루 돌아다녀야 했으니 비엔나 일주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비엔나에서 하루를 보내며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이 또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피 끊는 두 청춘남녀가 아름다운 도시에서 둘 만의 낭만적인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다.

비엔나처럼 부드럽게 다가온 사랑

대학생인 프랑스 여인 셀린느(줄리 델피)는 다음 학기 개강을 위해 프랑스로 향하는 유럽 횡당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순수하고 귀여운 미국 청년 제시(에단 호크)를 만나게 된다. 제시는 마드리드의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실연을 당하고 미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비엔나로 가는 중이었다. 
우연한 만남에 셀린느는 제시에게 낯설음을 표현하지만 역시 젊음은 익숙해져 가는 시간이 빠른 법이다. 금방 친해진 두 사람은 그때부터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는데 어느새 기차는 비엔나에 도착해 있었다. 왠지 모를 아쉬움에 사로잡히는 두 사람, 제시는 셀린느에게 비엔나에서 하루동안 함께 보낼 것을 부탁하고 셀린느는 이를 허락하게 된다. 그때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짧은 여행. 그들은 비엔나를 하염없이 걸으며 사랑과 실연, 결혼과 인생, 죽음 등에 대해 진지한 얘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서로 공감하게 되고 서서히 사랑을 느끼게 된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들은 두 사람만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소중히 시간을 보낸다.
해가 뜨는 것이 너무 아쉬운 제시와 셀린느는 각자의 마음에 싹튼 사랑을 부정하려한다.사랑을 고백하기에는 너무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기차의 출발을 알리는 기적소리에도 그들은 망설인다. 하지만 결국 다급하게 외치는 서로의 목소리 '6개월 뒤에 여기서 만나자'. 그런 후 그들은 각자의 길을 선택하여 떠나게 된다. 6개월 후의 약속을 기약하면서…

이런 여행도 괜찮네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만난 낯선 사람 그리고 인연에서 사랑으로… 한번쯤 여행에서 은근히 기대하는 경험일 것이다. 특히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유럽횡단 열차(유레일패스)라면 더욱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하면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지를 참 많이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여행 코스라면 정말 기막힌 사랑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에 배경지인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음악의 도시이자 로맨틱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곳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이곳에서 만난 아마추어 연극과 놀이터, 비엔나 시청 앞 광장의 화려하고 동화적인 분위기, 손금보는 집시여인, 강가에서 술 취해 시를 읊어 대는 시인, 라이브카페, 비엔나의 명물 회전 관람차, 그곳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다뉴브 강, 한적하고 낭만적인 시민공원, 슈테판 성당, 가난한 연인들을 위해 기꺼이 외상 포도주를 주는 술집, 음악이 흐르는 골목 등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지금의 비엔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들이다. 
비엔나는 이토록 하루종일 정처없이 걷기만 해도 행복과 즐거움으로 충만해 진다. 거기에 사랑하는 이와 손을 잡고 함께 걷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영화 한편으로 음악의 도시에서 연인의 도시로 새롭게 인식된 비엔나. 이곳에서 하루는 가장 길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될 것이다.

 

 

Sound of Music

아름다운 짤츠 캄머쿠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

Red Violin

죽음을 부르는 피로 물든 바이올린의 선율

Italy

Roman Holiday

이 영화를 보면 로마의 유명한 건축물을 다 볼 수 있다.

 

Ladri di biciclette

로마를 배경으로 한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영화

God Father시실리의 분주함과 마피아들의 총성은 끊이지 않고...

Czechs Republic & Deutche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프라하의 봄..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Wings of Desire

베를린을 수놓는 사랑에 빠진 천사의 이야기

 

G. Britain

Notting Hill

노팅힐 서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톱스타와의 짜릿한 사랑

런던에서 보내온 예쁜 그림엽서 같은 사랑이야기, 노팅힐

할리우드식 사랑법 - 신데렐라와 백마 탄 기사

어느 날 선망하는 인기스타를 우연히 만난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리고 그 우연한 만남이 운명적인 사랑이 된다면? 
영화 '노팅힐'은 언뜻 보면 할리우드식 로맨틱 코미디다. 평범한 한 사람이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과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동화 속 신데렐라 이야기.
그러나 '노팅힐'에선 조금 독특한 신데렐라가 등장하는데 여자가 아닌 남자가 그 주인공이다. 반면 백마 탄 기사로는 10년 전 세계 모든 여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영화 '귀여운 여인'의 신데렐라 줄리아 로버츠가 등장한다. 




노팅힐에서 이루지 못하는 사랑은 없다 

평범을 지나쳐 약간은 초라해 보이는 이혼남 윌리엄 데커(휴 그랜트)는 노팅힐에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경영난으로 고민에 빠진 그에게 갑자기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녀는 윌리엄의 우상이자 헐리웃 최고의 스타인 안나스콧(줄리아 로버츠). 그러나 그 만남은 스타와 팬 아니 가게주인과 손님과의 만남일 뿐이었다. 그녀를 가까이서 보며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윌리엄. 얼마 후 그들은 다시 만난다. 노팅힐 거리에서…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다가온 그들의 만남은 우연에서 운명으로 서서히 바뀐다.


톱스타이기 전에 평범한 여자이고 싶은 안나와 사랑의 상처를 두려워하는 윌리엄의 사랑은 좌충우돌, 오해와 오해를 거듭하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장식된다. 
왜? 이곳이 바로 사랑의 도시 노팅힐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왜 노팅힐 일까?

슬라이딩 도어즈, 미션 임파서블, 마이 페어 레이디 등 많은 영화들이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제작되었지만 영화 '노팅힐'만큼 런던의 오늘을 잘 드러낸 영화는 없다.
노팅힐은 부와 가난이 공존하고, 서민적인 세계 각국 음식점과 고급 레스토랑이 간판을 나란히 맞대고 있는 번잡스러운 지역이다.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여배우와 서점 주인의 만남이 가능한 지역이기도 하다.
윌리엄 데커라는 캐릭터는 런던의 토박이로 노팅힐에 집이 있고 직장이 있는 전형적인 영국 남자이다. 그 남자를 묘사하기에 노팅힐만큼 적당한 곳은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거리의 모습은 세트가 아닌 실제 노팅힐 거리라는 것이다. 번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고 영화촬영을 강행했던 것은 이 코스모폴리탄 거리의 색채를 인위적으로 연출해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결과 때문인지 이 한편의 영화 덕분에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 노팅힐을 찾게 되었고 영국 행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촬영장소였던 노팅힐 거리를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혹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노팅힐 거리에서 느낀 매력 외에도 '노팅힐'에 등장하는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며 오는 것은 아닐까? 부러울 것 없는 세계적인 스타보다 평범한 한 여자로서 인생을 선택하며 영원히 머물게 했던 신비스런 도시 노팅힐. 그곳에 가면 파란 대문을 활짝 열고 사랑스런 이들 부부가 반갑게 맞아 줄 것만 같다.

 

Full Monty

사라질 위기의 탄광을 구하기 위한 남자들의 스트립쇼

Brave Heart

스코틀랜드를 사수하기 위한 윌리엄 월러스의 숙명적 전투

'Free~dom...' 멜 깁슨 주연의 영화 브레이브하트(Braveheart)을 보면서 결코 잊을 수 없던 장면. 주인공인 윌리엄 웰레스가 동료들의 배신으로 잡혀 처형을 당하면서 마지막으로 외치던 그 소리. 아마도 사람에게 자유보다 소중한 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윌리엄 월레스(William Wallace). 멜 깁슨이 영화 속에서 그토록 열연했던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 되었던 윌리엄 월레스와 그가 이끌었던 스코틀랜드 인들이 영국군에게 치명적인 치명타를 안게 주었던 스털링 브릿지 전투(The Battle of Stiring Bridge)의 현장인 스털링(Stiring)은 에딘버러로부터 불과 1시간 거리에 있다.

에딘버러 웨벌리 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 50여분쯤 갔을까? 그렇게 도착한 스털링의 첫 인상은 그저 한적한 시골 도시같다는 생각뿐이다.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긴 해도 고작해야 3~4층 높이의 건물들에 불과하고 그나마 눈에 띄는 상점 나? 아님 멜 깁슨의 영화가 너무 감동적이었나? 스털링은 작은 stlrhf 마을에 불과해 보인다. 윌리엄 월레스의 흔적을 찾아 나서긴 했지만 사실 그 사람은 그야말로 전설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 사람의 태생이 정말 어딘지? 언제 정확히 태어났는지? 결혼을 했었는지? 그의 생김 생김이 어떠한지? 그에 관한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전설 그 자체이다. 마치 영화 속의 윌리엄이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살아 있던 것처럼. 하지만 그가 스코틀랜드 역사에 끼친 역사는 그야 말로 충격적이고 파격 적인 것이었다. 그가 그토록 추구하던 자유의 가치가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한 깃발 아래로 모으고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윌리엄'이라는 지명이 바로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그중에서도 그의 명성을 스코틀랜드 전역에 날리게 된 계기가 바로 이곳 스털링 브릿지에서의 전투(The Battle of Stiring Bridge)였다. 그 당시 자유와 독립을 추구하던 윌리엄의 군대가 파죽지세로 곳곳에 있던 잉글랜드 주둔군을 격파하고 그 기세에 놀란 잉글랜드 정복군과 조우한 곳이 1297년 바로 이곳 스털링. 반나절만에 결국 잉글랜드 군은 100여명의 기사와 수천명의 군사를 잃는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고 전해진다. 그 전투 이후 윌리엄은 스코틀랜드의 영웅으로 그리고 잉글랜드에서는 대반역자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그래서 제일 먼저 찾아 나선 곳은 당연히 스털링 브릿지.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찾아 간 그 다리는 현재의 시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700여년전 윌리엄이 목숨을 걸고 싸웠을 당시엔 목조 다리였는데 15세기에 들어서서 석조 다리로 재건축이 되어 버리고. 현재 스털링 다리는 동네 사람들만이 건너 다니는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다리로 변해버리고 결국 당시의 흔적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풀잎 끝의 이슬,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노란 물결의 들판, 무심히 다리를 건너 다니는 넉넉한 몸집의 할머니 그리고 저 멀리 올려다 보이는 스털링 성의 늠름한 자태까지.... 이젠 '자유'라는 이름에 목숨을 걸고 이 들판을 뛰어 다니던 사나이들의 함성은 어느덧 자연의 깊은 품 속으로 스며 들고 만 느낌이다.

이제 흔적을 찾아 다시 발길을 옮긴곳은 바로 웰레스 모뉴먼트(Wallace Monument). 다리에서도 올려다 보이는 이 곳은 바로 전설 속의 윌리엄이 잉글랜드 군이 오는가를 살펴보던 언덕 위에 세워져 있다고 했다. 기념비를 찾아 고개를 휘휘 둘러 보니 스털링 어느 곳에서도 보일 만큼 커다란 탑 모양의 기념비 하나가 우뚝. 파란 하늘 속의 눈부신 태양이 내리 쬐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그 곳만은 늘 안개속에 쌓여 있는 듯 희미한 그 모습이 신비하기만 하다. 윌리엄의 그 투혼이 아직도 그 곳에 남아 있어서 일까? 기념비에 다가서니 멀리서는 안보이던 까마귀 떼가 기념비의 지붕 뾰족한 조각 사이 사이를 날아 다니며 울어대는 폼은 더욱 기분을 을시년스럽게 만들고. 이른 아침인 까닭인지 사람 하나없는 언덕을 헐떡거리며 정상에 올라 서려는 순간 난데없는 비바람이 얼굴을 강타하고. 눈조차 뜰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바람은 기자의 몸을 자꾸만 아래로 밀어 내고 있다. 아마도 윌리엄은 기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동안 바람을 이겨내느라 몸을 추스르며 기념비 앞에 선 순간 저멀리 지평선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스코틀랜드의 드넓은 들판과 그 들판 너머의 스털링 성. 그리 높지 않은 언덕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잘 보이는 이유는 아무래도 높고 낮음이 적은 스코틀랜드의 구릉 지형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과연 윌리엄이 적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자리를 잡을만 하다' 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문득 이곳에서 윌리엄이 가졌을 그 깊고 고통스러웠을 생각이 궁금해진다. '정말 자유가 그렇게 소중했을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만큼....?'

스코틀랜드의 별 다를 특징없는 소도시 스털링을 알게 된 계기가 비록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 브레이브하트에서 시작되긴 했지만 그저 다리와 기념비 두 곳만을 보고 가는 것이 웬지 섭섭한 생각에 스털링 성을 들리기로 했다. 에딘버러 성만큼 국제적인 명성 을 지닌 성은 아니지만 슬금 슬금 솟아 오른 언덕 위에 세워진 스털링 성은 그 외모가 매우 에딘버러 성과 흡사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사실 에딘버러 성과 스털링 성은 매우 비슷한 점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사화산 절벽위에 세워져 있어 적군의 근접이 용이하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중세 시대 종종 왕이 이 성에 와서 거주하면서 왕을 따라온 여러 신하, 군인, 상인들이 형성해 만든 도시가 바로 지금의 에딘버러와 스털링의 시초가 되었다는 점. 그리고 성 내에 교회를 지었다는 점 등 다양한 점에서 유사점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규모면에서 에딘버러 성의 규모가 클 뿐이다. 마치 작은 시골 마을의 오솔길을 지나듯 그런 부담없는 걸음으로 언덕을 향해 걷고 있노라면 슬며시 몸을 들어내는 스털링 성. 깊은 해자와 빈틈없어 보이는 성벽 그리고 좁은 성문 등은 전형적인 수비형 성을 나타내고 있다. 안으로 들어 서니 에딘버러에서 이곳으로 일일 투어를 온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 서 있고. 줄을 따라 가시 또 하나의 성벽을 지나치니 파란 잔디와 울긋 불긋한 꽃들이 인상적인 정원. 그 성벽 위로 난 길을 따라 성 뒤편으로 돌아 가니 스털링 성을 둘러 쌓고 발달한 스털링 시가 한눈에 들어 온다. 한참을 앉아 골곡없는 산과 들을 바라 보다 다시 성 내에 지어져 있는 왕궁으로 향하면 스코틀랜드인 겪어야 했던 그 수많은 전쟁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눈에 보인다. 보기만 해도 섬뜩하기만 한 창, 칼의 장신구부터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주는 기마병의 군복과 마구 그리고 각종 전쟁에서 습득했을 여러 기념품들. 특히 그중에서도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표시로 전시해 놓은 우리 나라 옛날 돈과 인공기 그리고 한글로 쓰여진 대통령 표창장 등이 어설프게나마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어 그저 반갑기 그지없다. 윌리엄의 그 거친 숨결도, 그토록 독립을 갈망하던 스코틀랜드 인들의 열망도, 이젠 역사의 긴 호흡 속의 휴식 속에 묻어 둔 채 침묵에 빠진 스털링 성. 그저 중세의 숨결 한오라기라도 느껴 보려는 관광객들의 경박스런 발자국 소리만이 성을 가득 메우고 있다.

 

ETC.

Dracula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방, 블라드 쯔뷔시 백작의 원혼

Indiana Jones 3

중동과 유럽을 오가는 존스 박사의 활약이 담긴 명작

 

캐논 인버스

68년 프라하의 밤. 코스탄자는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한 남자를 따라간다. '전에 그 음악을 들어본 적 있는데, 당신은 누구죠?' 바이올리니스트의 눈빛은 침묵속에서 서서히 열리며 오랜 회한의 시간을 더듬어 간다. 그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되던 아주 오래전으로...

장차 음악가가 꿈인 예노는 아버지가 떠날 때 남긴 얼굴장식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음악가가 되려는 열정을 키워나가는 청년이다. 
어느날 바이올린을 연습하던 중 예노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피아노 연주를 듣고 전율에 휩싸인다. 그를 전율케 한 선율의 주인공은 평소 흠모해 오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소피 레비였고, 그때부터 그녀를 향한 예노의 사랑은 생을 건 운명이 되기 시작한다.  프라하에서 온 소피를 찾아간 예노는 그녀를 보는 순간 서로 사랑할 운명임을 예감하지만 그녀는 쳐다보기도 힘들만큼 높은 곳에서 예노의 간절함만 증폭시킨다. 예노는 비가 퍼붓는 소피의 집 앞에서 혼신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고 마침내 소피의 눈동자 속에서 자신을 사랑하게 될 그녀의 모습을 본다. 소피의 조언으로 음악학교에 들어간 노예는 그곳에서 알게된 데이빗과 함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소피를 향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뛰어난 재능과 혼신의 노력 덕분에 마침내 소피와의 협연이 눈 앞에 다가올 즘음, 예노는 데이빗에 대한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면서 깊은 혼란과 좌절에 빠진다. 예노는 목숨을 건 마지막 콘서트에서 그녀의 음악 속에 자신의 운명적인 사랑을 쏟아낸다.

`캐논 인버스(canon inverse)`는 `캐논`의 변형으로, 악보의 처음부터 연주해나가는 사람과 끝에서부터 연주해 올라오는 사람이 극과 극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은 같은 멜로디를 이어받으며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음악을 카리킨다.
이탈리아에서 흥행 한 작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영화전반에 흐르며 감미로운 사랑에 빠지게 하는 데....

 

 

퀼스

 프랑스 대혁명 말 18세기 나폴레옹이 황제로 군림하던 시대, 대혁명 말기의 공포정치 시대에 많은 시민들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져 가는 것을 목격한 작가 사드는 젊은 시절부터 문란한 섹스, 성 도착적인 소설집필로 감옥을 드나들며 프랑스에서 악명을 떨치지만 말년에 이르러서는 샤렝턴이라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 곳 원장인 쿨미어 신부는 사랑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이상주의자로, 사드는 병원에서 마들렌을 통해 자신이 쓴 소설을 몰래 빼내 출판하려 하자 나폴레옹 정부는 샤렝턴 정신병원은 나폴레옹 정부의 요주의 대상이 되고, 나폴레옹은 로이 꼴리라는 정신과 위사를 샤렝턴으로 파견 사드를 감시하게 한다. 
위선적 도덕주의자 로이 꼴라는 사드의 집필 행의를 금하지만 사드의 광기는 더욱 더 커져가고 침대 시트와 자신의 몸에 외설적인 말들을 써 가며 저항한다. 
그 와중에 마들렌이 사드의 소설 집필을 도왔음이 밝혀져 공개 태형에 처하려 하고 마들렌을 몰래 사랑하고 있던 쿨미어 신부는 그녀를 보내려 한다. 마들렌은 쿨미어 신부에게 사랑고백을 하며 보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지만 거절당하고 사드에게 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사드는 말을 하고 이를 받아적는 마들렌. 그러나 충격적인 내용에 자극받은 정신병자들이 소란을 일으켜 불을 지르고 마침내 마들렌은 환자 뷰숑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이를 알게 된 쿨미어 신부는 증오심에 불타 사드의 혀를 빼는 참형을 가하게 되는데...

새디즘의 기원이 된 프랑스 귀족이자 작가 마르키스 드 사드의 이야기로, 섹스, 성도착, 쾌락 등을 기술한 그의 소설은 프랑스 당시 시대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금기목록에 오를 정도로 유명 하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 중에서 정신병원에서 보낸 말년을 그려내고 있는 영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Romance

젊고 아름다운 초등학교 교사인 마리는 폴과 동거 중이다. 마리는 폴을 미칠 듯이 사랑하지만 폴은 언젠가부터 섹스를 거부하고 있다. 절망과 치욕을 느끼는 마리. 마리에게 사랑한다는 말로 위로하지만, 그는 나르시즘에 빠진 모델로 정복할 다른 여자만을 찾고 있을 뿐이다. 
폴에게 마리는 1주일 이상 한 여자와 섹스를 지속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한달이나 섹스를 한 신기한 상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도 폴을 떠나지 못하는 마리는 점점 절망하고 우울해 한다. 
 폴이 그들의 아프트에서 잠을 자는 동안, 마리는 그의 컨버터블 메르세데스를 타고 파리 시내를 배회한다. 근처의 한 술집에서 그녀는 폴에게는 없는 모든 것을 가진 듯한 파올로를 만난다. 폴은 마리를 사랑하지만 그녀와 섹스하고 싶어하지는 않다. 
파올로는 마리를 성적으로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 지 알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마리는 그녀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 로베르와도 위험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섹시하거나 잘 생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흥분시키는 묘한 능력을 지닌 남자이다.

로베르는 마리를 또 다른 쾌락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된 마리는 집 앞 불량배에게 갖은 모욕을 들으며 몸을 팔기에 이른다.  
 
마리의 섹슈얼한 탐구욕은 점점 커지고 아이러니컬하게도 폴은 다시 그녀를 원하게 된다. 단 한번의 정사로 아이가 생기고 풀은 결혼을 제의하지만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폴. 결국 마리는 그를 떠나는 방법을 선택하는데... 

사랑으로 치장되고 표현되는 온갖 베일을 벗은 남과 여를 표현한 영화 로망스...그 많은 불문율을 깨고 당당히 프랑스의 성을 대표하는 영화로 평가되기에 이르는 데~~~
그 곳 프랑스로의 여행을 떠나 보자.

 

글 - 김숙희 / 여행 칼럼 리스트

제이콥의 거짓말 –독일

2차 세계 대전, 나찌가 점령한 폴란드 내 유태인 게토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제이콥은 오랫동안 가게를 열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밤, 제이콥은 야간 통행 금지를 어긴 죄로 독일군에게 불려간다. 

독일군의 본부에서 처벌을 기다리는 동안 제이콥은 소련군이 폴란드의 가까운 지역에서 독일군을 물리쳤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 방송을 엿듣게 된다. 운좋게 제이콥은 사형을 면하게 되고, 몇 년만에 듣는 전쟁 관련 뉴스를 갖고 마을로 돌아온다.
통행 금지 시간을 훨씬 넘긴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제이콥은 우연히 리나를 만나게 된다. 리나는 부모를 유태인 수용소로 싣고 가던 기차에서 탈출한 10살짜리 소녀이다. 추위와 허기로 약해졌음에도 리나는 제이콥에게 낙관적인 태도와 귀중한 어린아이의 지혜를 보여준다. 

리나를 만난 제이콥은 이 기쁜 소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공유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다음 날, 제이콥은 친구인 미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제이콥이 라디오를 가지고 있다는 헛소문이 퍼져 나간다. 라디오 소유는 사형이 적용되는 중죄이다. 위험에도 불구하고, 제이콥은 연합군이 나찌를 물리치고 진격하고 있다는 뉴스를 중계한다. 

거짓으로 꾸며낸 이 소식은 주민들에게 활기와 희망을 가져다준다. 제이콥은 라디오에 대한 소문을 사실로 인정함으로서 계속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키게 된다. 
 그는 독일군의 패배, 미군의 참전, 베니 굳맨과 앤드류 자매의 도착과 심지어 종전의 가능성까지 지어낸다. 제이콥의 라디오 소식 중계는 보다 정교해지고, 제이콥은 쇠약해져가는 리나를 위해서 BBC의 라디오 방송까지 거짓으로 꾸며내기도 한다. 
제이콥은 자신이 전하는 그 모든 희망의 소식 때문에 점점 더 게스타포에게 체포될 위험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데...

 

절망을 이기는 거짓말에 관한 영화로 동화적 우화적 유머로 담아낸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가 한층 그 깊이를 더 해 주었던 나찌 점령당시 폴란드를 소재로 한 영화지만 우린 독일로의 여행을 떠나 보자~~~

글 - 김숙희 / 여행 칼럼 리스트

베티블루 37° 2 – 파리

 STORY ....... 
여자가 사랑하는 최적의 온도 37° 2

베티와의 격정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회상하며 시작되는 베티블루 37° 2. 조르그는 남 프랑스의 휴양지에서 방갈로를 관리하며 산다. 그 앞에 나타난 베티. 그녀는 강렬하고 육감적인 외모만큼이나 예측 불허의 성격으로, 특히 연인 조르그를 향한 사랑은 절대적이라 숨이 막힌다. 
어느 날, 베티는 조르그가 쓴 글을 읽게 되고 그의 작가적 재능이 사장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수차례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던 조르그는 인생이 생각처럼 쉽지 않음을 알고있다. 
그래서 그의 글쓰기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다. 그러나 통제불능이 아이 같은 베티에게 그런 현실이 남득될 리가 없다. 베티는 그녀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견딜 수 없어하며 날이 갈수록 히스테릭해지고, 점점 심각해져 현실적응이 불가능해진다. 
자해까지 하며 스스로 파멸에 이르는 베티.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조르그의 모습도 눈물겨운 데........ 우울한 블루와 세피아 톤의 화면,그리고 단조의 경쾌한 피아노 음은 격정적인 그들의 사랑과 대조되어 오히려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 오는 데, 그 숨막히도록 아찔한 느낌의 영화 배경지로의 밀월여행을 떠나보자.  ■ 프랑스

프랑스는 나라 전체가 관광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제 관광소득이 프랑스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파리. 패션의 나라. 예술의 나라. 유럽에 있는 나라. 에펠탑이 있는 나라. 샹송의 나라. TGV의 나라... 이처럼 프랑스는 우리에겐 막연하면서도 친근하고 익숙한 나라이다. 파리의 경우 최대한 문화재를 손상하거나 방해하지 않도록 건물의 높이도 규정하고, 증축·개축· 신축도 쉽지 않다. 

프랑스 정부의 노력과 각 지방자치체의 노력으로 프랑스 는 유럽의 중심이면서 최대 관광지로 군림하고 있다. 파리에 어둠이 깔리면 전혀 새로운 호화롭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흐르기 시 작한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는 무명가수들이 샹송을 노래하고 카바레에서 는 호화로운 쇼가 관광객의 눈길을 끈다. 디스코텍에서는 밤새워 최신 유행 음악에 맞춰 젊은이들의 정열을 불태운다. 극장 및 캬바레 등에 갈 때에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며, 성인을 위한 세련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 는 곳도 많다. 예약은 호텔 프런트에 의뢰해도 가능하며, 가판매에서 파는 '파리스코프(Pariscope)' 등의 정보지를 참고하면 된다.화의
 
한 눈에 알 수 있게

글래디에이터 – 로마

 죽을 날이 머지 않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막시무스를 총애하여 아들이 아닌 그에게 권력을 넘겨주기로 한다. 그러나 황제의 아들 코모두스는 이에 질투와 분노를 느껴 황제를 살해하기에 이르고.....왕좌를 이어받은 코모두스는 막시무스와 그의 가족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가족을 모두 잃고 겨우 살아남게 된 막시무스는 노예로 전락하고, 투기장의 검투사로 매일 훈련을 받는다. 그에게 남은 건 오로지, 새로 즉위한 황제 코모도스에 대한 복수 뿐. 검투사로서 매 경기마다 승리로 이끌면서 살아남자 그의 명성과 인기는 날로 높아 간다. 로마로 돌아온 그는 아내와 아들을 죽인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 전 사랑했던 황제의 누이 루실라를 다시 만나게 된다. 어느새 민중의 영웅이 된 막시무스. 코모두스는 그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고 분노하지만 민중이 두려워 그를 죽이지 못한다. 드디어 막시무스는 예전의 부하들과 은밀히 만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존경하던 황제를 살해한 난폭한 황제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결의한다. 아직도 막시무스를 사랑하고 있는 루실라는 동생 코모두스를 배신하고 막시무스의 반란을 도우려하는데…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몇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 로마를 되살리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힘든 작업이었다2년여간 4개국에 걸쳐 제작된 <글래디에이터>안의 로마는 시대를 착오할 만큼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인류역사상 가장 번성했던 제국 로마, 로마제국의 번성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제현하기 위하여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제작 진들은 우선 콜로세움을 다시 짓기 시작했다. 광장, 황제의 궁전, 공화당, 시장 등과 더불어 완벽하게 재현된 로마 시가지의 모습은 놓쳐서는 안 될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리플리 – 이탈리아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는 그런 저런 삶의 주인공 리플리. 사실 그에겐 '삶의 주인공'이라는 말이 어색하기 그지없다.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 낮에는 호텔보이...'삶의 주인공'이라는 말을 자신있게 말하고 싶지만, 그에겐 기회나 조건이 없다. 그러던 중 화려한 파티에서 피아니스트를 흉내 내던 리플리에게 선박 부호인 그린리프의 괜찮은 제안하나가 들어온다. 

바로 그린리프의 망나니 아들 디키를 이태리에서 찾아오라는 것. 자그만치 계약금은 천달러! 드디어 리플리에겐 실패와 허무함의 쓴맛 만 안겨주었던 뉴욕을 떠날 기회가 온 것이다. 
이태리로 가기전, 리플리는 디키의 정보를 수집한다.

디키가 좋아하는 재즈음반을 들으며 그를 느낀다. 드디어 이태리행! 프린스턴 대학 동창이라며 디키에게 서서히 접근한다. 어느세 디키, 그의 연인 마지와도 친해진 리플리... 마치 자신도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니, 리플리는 디키를 닮아간다. 디키는 내가 꿈꾸던 사람! 그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 평생써도 바닥나지 않을 재산, 아름다운 여인, 달콤한 인생, 자유와 쾌락... 네가 날 외면하지 않는다면 네 곁에 있고 싶어! 디키! 그러나 리플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디키... 

사랑이 깊어질수록 불안해지는 마지...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초조해지는 리플리... 태양은 빛나지만 언제까지 그들을 비출 것인지!

 

 

광활한 러시아 배경 속에 흐르는 사랑의 전설,
러브 오브 시베리아

러시아의 뜨거운 환영을 받은 바로 그 영화

1999년 2월 20일 크렘린 궁에서 한 영화가 시사회를 가졌다. 이 영화를 관람했던 러시아인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러시아에서 탄생한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영화가 바로 '러브 오브 시베리아'다. 또 52회 칸느 영화제의 개막 작품으로 개봉되었을 때 역시 많은 갈채와 얘깃거리를 낳게 한 영화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이리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일까? 
러시아인은 감독이 '미할코프'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에 대한 칭찬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감독이 바로 '미할코프'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러시아인들이 동경하고 있는 19세기 제정 러시아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아름다운 러시아의 설원과 자연만을 골라골라 예쁘게 담아 놓았고, 러시아의 흥겨운 축제까지 고명으로 올려놓아 곧 몰려올 여행객들을 맞이할 희망으로 들떠 있을 만 했다. 어쩌면 시베리아의 추운 날씨만큼 시린 경제적인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만발했을 것이다. '러브 오브 시베리아'는 바로 그런 영화였다. 
그만큼 '미할코프'는 이 영화에 모든 것을 걸었고 아낌없는 정성을 쏟았다. 제작비가 580억 원, 시나리오 집필 기간 12년, 촬영기간 1년, 5천명이 넘는 출연진, 러시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담아낸 그림 같은 풍경들까지 어느 하나 허술한 구석이 없다. 
영화의 초점은 전설과도 같은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지만 조금 깊게 바라본다면 진정한 러시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감독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또 순수하고 정열적인 러시아 사관생도 '안드레이'와 개방적이고 자신감에 차있는 유혹적인 미국여인 '제인'의 캐릭터는 러시아와 미국을 나타내고 있는 듯 하다. 결국 미국이 러시아를 몰락시키며 예전의 영광만을 꼭꼭 씹어야 하는 비참함을 나타내고자 한 것은 아닐까?

발칙한 운명아! 내 너를 러시아의 시린 눈 속에 파묻어 버리리라

한 여인이 미국 사관생도인 아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과거의 비밀을 풀어내는 한 여인의 편지의 내용은 어느덧 1885년의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열차에 탑승해 있다. 젊고 아름다운 미망인 제인(줄리아 오몬드)은 벌목기계를 러시아 정부에 팔아 넘기기 위한 한 발명가의 부탁으로 러시아로 오는 '로비스트'다. 그녀는 모스크바로 향하는 이 기차에서 한 남자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 바로 러시아 사관생도인 '안드레이'. 당시 최고의 엘리트로 꼽히던 사관생도들 중에서도 유난히 감성적이고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안드레이'는 그녀의 유쾌한 만남으로 곧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제인은 사관학교의 교장이자 황제의 오른팔인 '레들로프' 장군을 유혹하기에 여념이 없다. 점점 사랑의 열병으로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린 '안드레이'는 제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되고 곧 장군에게 미움을 사게 된다. 제인 역시 자신의 이성과는 관계없이 '안드레이'에게 향하는 사랑을 발견하게 되지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결국 안드레이를 선택하는 제인, 하지만 고약한 운명은 그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관학교에서 열리는 '피가로의 결혼' 연극제에서 안드레이는 제인의 행동을 오해하게 되고 그들을 영원히 갈라놓을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수용소로 후송되는 '안드레이'… 눈물과 절규는 시작일 뿐이었다. 제인은 러시아에 머물기 위해 벌목기계 발명가와 위장 결혼을 하며 10년을 기다린다. 그 후 뒤늦게 석방소식을 전해들은 제인은 벅찬 마음으로 안드레이를 찾아가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이미 가정을 이루고 있는 그의 가족사진 이었다.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 나온 제인은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을 마차로 달리며 자신의 비밀을 간직한 채 그와의 과거로부터 이별을 고한다. 그런 그녀를 멀리서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안드레이 역시 그녀와의 아픈 사랑을 담배 연기 속에 묻어 버린다. 자신의 아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채…

러시아에는 눈만 있는 줄 알았지?

러시아의 무한의 설원은 단연 압도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런 웅장한 설원의 풍경보다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평원들이 더 많이 등장한다. 곱게 물든 러시아의 숲을 제인이 마차로 달리는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의 마음도 몰라주고 더욱 아름답게 반짝이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과 크렘린 궁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클로즈업하면서 19세기 러시아의 영광을 눈으로 보여준다. 또 모차르트의 음악과 쇼팽의 피아노 선율로 영화의 미를 한껏 돋구면서 러시아의 아름다운 풍경들과 너무나 훌륭한 조화를 이루어 낸다. 그리고 러시아의 전통축제와 무도회 장면을 그대로 살려내어 러시아가 어느 나라보다도 유쾌하고 따뜻한 곳임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모두 비슷하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우정이 있고 웃음과 시련도 있다. 한때 공산주의 제일의 국력으로 차가운 면만을 보아야 했던 러시아를 진정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영화였다. 2시 40분 동안 초대되었던 러시아의 모습은 차가운 눈으로도 가릴 수 없는 따뜻함이 배어있는 곳이었다. 러시아가 온통 빛으로 물들어 있는 듯 했고 러시아의 밝은 미래까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헝가리의 역사만큼 반전이 돋보이는 영화 "글루미 썬데이"

수백 명을 자살하게 한 노래

우울한 일요일… 1936년 4월 30일 프랑스 파리의 한 콘서트 홀에서 '글루미 썬데이'를 연주하던 단원들이 모두 자살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이때의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치러지면서 독일인들이 유대인들을 학살하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유대인이기에 자살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한 노래 때문에 발생되었던 사건이었다. 
'글루미 썬데이'. 사람들은 이 곡을 저주받은 곡이라고 불렀다. 이 노래가 처음 발매되었던 1935년, 헝가리에선 이미 187명이나 자살을 했고 그들 옆에는 어김없이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곡을 작곡한 '레조 세레스' 역시 투신자살을 하고 만다. 
그러나 아직도 이 노래는 전 세계인에게 명곡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빌리 할리데이', '루이 암스트롱' 등 유명한 가수들의 목소리로 지금도 애창되고 있다. 
이런 사실만 봐도 이 노래하나로 얼마나 근사한 시나리오가 탄생되었을 지는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영화 '글루미 썬데이'는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노래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시대적인 배경까지 양념으로 맛을 내고 사랑이라는 영원한 테마로 장식하였다. 
거기에 주옥같은 영상을 빚어내어 '카메라의 시인'이라 불리는 독일의 유명한 감독 '롤프 슈벨'이 메가폰을 잡아 지금의 헝가리와 과거 헝가리의 우아한 색채와 유럽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하나의 화보집처럼 그려내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으로는 수천 대 1의 오디션을 통과한 신인 '에리카 마로잔'이 맡아 아름답고 신비한 여인 '일로나'로 열연했고, '파리넬리'로 잘 알려진 '스테파노 디오니시'가 불운한 천재 작곡가 '안드라스'를 맡았다. 또 레스토랑의 주인이자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자보' 역에는 '조아컴 크롤'이, 수줍은 독일청년에서 냉혹한 독일장교로 변신하는 '한스'역으로 '벤 베커'가 등장한다. 이들 네 명 모두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아픈 역사와 함께 흐르는 '글루미 썬데이'를 노래한다.

'너를 잃을 바엔 너의 반이라도 갖겠어'

독일 재벌회장이 자신의 80회 생일을 기념하고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한 레스토랑을 방문한다. '자보 레스토랑', 그 노인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곳에 들어선다. 그리고 한 곡의 노래 연주를 부탁한다. '글루미 썬데이'… 아름답고 슬픈 곡이 울려 퍼지면서 그 노인은 피아노 위에 있는 한 여인의 사진을 보게 된다. 갑자기 쓰러지는 노인, 심장마비로 판명되지만 모두들 그 노인이 죽은 이유는 바로 이 노래 때문이라 생각한다. 60년 전부터 저주받은 곡으로 불리던 '글루미 썬데이'가 이 노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1935년의 헝가리, 자보 레스토랑의 주인인 '자보'와 신비한 매력을 지닌 '일로나'는 연인이자 레스토랑을 함께 경영한다. 어느 날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연주를 해줄 연주자의 오디션을 보게되고 그렇게 '안드라스'를 만나게 된다. 아마추어 작곡가로 자신의 재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안드라스'에게 '일로나'는 점점 애정을 느끼게 되고 그런 그녀의 마음을 '자보'는 이해해 준다. '너를 잃을 바엔 너의 반이라도 갖겠어'란 유명한 대사가 이때 나온다. 이때부터 한 여자와 두 남자의 흔하지 않은 사랑이 시작된다. 그 와중에 '일로나'에게 매혹 당한 독일청년 '한스'는 청혼을 거절당한 후 자살을 기도하게 되고 자보가 그를 구해주는 묘한 인연을 맺는다.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그는 복선이 깔린 한마디를 던지게 된다. '당신이 나를 구해준 은혜는 반드시 갚겠어요.'라는…
'일로나'의 생일날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안드라스'는 그녀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작곡한 곡 '글루미 썬데이'. 이 노래는 곧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고 '자보레스토랑'을 유명하게 만듦과 동시에 '안드라스' 역시 세계적인 작곡가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음반이 나오자 많은 젊은이들이 이 노래를 들으며 자살을 했고 '안드라스'는 그런 사실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숨쉴 시간도 주지 않고 닥치는 불행들… 독일인들이 헝가리까지 점령하여 유태인들을 체포하기 시작한다. 그때 나타난 '한스', 그는 독일 소령으로 큰 포부를 안고 헝가리를 찾는다. 하지만 '일로나'를 잊지 못하는 미련과 욕심으로 이들 네 사람의 운명은 모두 엉키기만 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의 시나리오가 너무 훌륭하여 모두 소개한다는 것은 이 영화에 대한 모독일 것이라 생각된다. 보지 못하신 분들을 위하여 마지막은 생략함을 이해해 주시길…

도나우의 진주 부다페스트

아름다운 도나우 강이 도시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영화 첫 장면과 끝 장면에서 나오는 '부다페스트'의 전체적인 모습은 마치 정성 들여 빚어 논 하나의 예술작품 같다. 또 '일로나'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거리의 모습들은 저곳에서 마지막 노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 일정도로 아름답고 편안한 전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서 깊은 건축물과 잘 가꾸어진 녹지를 자랑하는 부다지역, 세련된 도시의 모습으로 패션과 쇼핑 거리들이 즐비한 페스트 지역으로 각각 상반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곳이 바로 '부다페스트'다. 옛 전통의 품위와 현대의 세련됨이 적절히 조화되어 지금의 아름다운 도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슬프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곡 '글루미 썬데이'. 슬픔은 한 여자의 대한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이, 아름다운 선율은 헝가리의 모습이 담겨 있는 듯 하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 숨김없이 보여지는 영화 "리플리"

이태리에선 누구나 환상을 꿈꾼다

전 세계 여성들의 영원한 오빠 아랑드롱이 주연을 맡아 열연한 '태양을 가득히'를 밀레니엄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영화 '리플리'. 한 인간의 헛된 욕망은 결국 자신까지도 몰락시키고 만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주인공의 입장에선 얄미운 운명의 재물이 된 것인지 모른다. 사람들이 꿈꾸는 모든 것들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행운 같은 기회가 온다면 어느 누가 그것을 쉽게 놓을 수 있을까? 주인공인 리플리는 우리 내면에서 끊임없이 자라는 욕망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도시에서 365일 휴식과 즐거움만을 만끽하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바램일 테니까… 
순수하고 성실한 청년에서 헛된 야망을 꿈꾸는 악마가 되기까지 리플리는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 상류층의 특권으로 누릴 수 있는 화려한 매력들과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이태리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이 가난한 천사는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서라도 소유하고 싶은 것들이었다. 
영화 '리플리'는 유독 영화 촬영지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쓴 듯 하다. 이곳의 배경이 영화의 내면을 그리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인간의 욕망을 부채질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곳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곳이 바로 이태리 남부 나폴리였다. 나폴리뿐만 아니라 로마, 베네치아, 카프리 섬 등 이태리의 가장 아름다운 곳을 두루 내비치며 리플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유혹한다.

운명과의 도박, 과감한 베팅, 그리고 악어의 눈물…

한 남자의 독백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다…
톰 리플리는 가난하지만 꿈과 희망을 안고 사는 성실한 청년이다. 어느 날 빌려 입은 프린스턴 대학 유니폼 덕분에 행운을 맞게 된다. 선박부호인 그리피스는 리플리에게 방탕한 생활을 하고있는 자신의 아들인 디키를 찾아오라는 제안을 하게 된다. 리플리는 이번 일이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자신에게 어떤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직감하며 디키의 모든 것을 조사한다. 이태리로 떠난 리플리는 그곳에서 디키와 디키의 여인 마지를 만나면서 서서히 그곳 생활에 빠지게 된다. 디키도 처음에는 리플리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자신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는 리플리에게 점점 싫증을 느낀다. 결국 돌아가라는 디키의 말에 리플리는 헛된 욕심을 부리게 되고 디키를 죽음으로 내몬다. 그 후 리플리의 돌이킬 수 없는 욕망은 숱한 거짓과 살인을 일으키며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그런 리플리가 범인임을 알고있는 사람은 오직 마지뿐이었다. 디키의 아버지마저도 리플리의 성실함을 의심치 않는다. 모든 상황이 종결된 후에도 리플리는 자신의 완벽한 범죄를 위해 서슴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자신의 헛된 욕망을 위해…

리플리는 왜 그곳을 떠나지 못했을까?

영화를 보고 있으면 주인공이 아무리 악인으로 나와도 왠지 그의 편이 되고 싶어진다. 항상 정의가 이긴다는 것이 헐리웃 영화의 주제이지만 '리플리'는 그 결말이 당황스럽다. 결국 영화의 결말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지게 된다. 그러나 완벽한 범죄를 보여주려 애쓰던 의도는 알겠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냥 행운의 사나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하지만 한가지 안타까우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주인공인 리플리는 다른 나라로 도피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상황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그곳을 리플리는 왜 떠나지 못했을까? 
아마도 리플리는 디키가 선택한 모든 것에 매료되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디키가 선택했던 이태리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또 자신의 욕망과 즐거움을 채우기에는 이태리만큼 적절한 곳도 없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와 해변, 조용하고 그림 같은 마을들, 이태리 각 도시마다 품고있는 마술 같은 매력을 두고 리플리는 떠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어느 누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욕망을 꿈꾸게 하는 곳이 바로 이태리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도 사랑했던 그들의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

영원한 사랑의 테마

셰익스피어 비극 중에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 이 작품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끊임없이 영화와 연극 등으로 제작되고 있고 매 작품마다 변함없는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96년도에 제작된 이 영화는 고전물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을 현대물로 새롭게 변형시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영화에선 칼 대신 총이 사용되고, 광폭 스포츠카와 헬기가 등장하는 등 셰익스피어가 보았다면 입이 쩍 벌어질 완벽한 현대물로 개조했다. 또 재미있는 것은 인물들의 대화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대사를 그대로 살려냈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감독인 '바즈 루어만'은 '우리는 셰익스피어가 감독이었으면 시도했을 그런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이 셰익스피어 작품의 특징에 충실하였음을 강조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로미오를, '클레어 데인즈'가 줄리엣을 맡아 더욱 주목받게 했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설을 시작한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도시 베로나를 장악하고 있는 두 가문, '몬태규'와 '캐플릿'가는 라이벌이자 피를 부르는 원수지간이다. 두 집안의 젊고 아름다운 두 남녀 로미오와 줄리엣은 '캐플릿'가에서 열린 무도회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첫눈에 사랑을 느낀 두 사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이가 어릴수록 사랑에 빠지는 속도가 빠름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래를 약속하는 두 사람, 둘은 몰래 그들만의 결혼식을 올리고 마냥 행복해 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드디어 우려했던 사건이 벌어진다. 로미오는 줄리엣을 위하여 '캐플릿'과의 화해를 원했지만 결국 줄리엣의 사촌인 '티볼트'를 죽이게 되고 베로나에서 추방당하고 만다. 줄리엣 역시 부모님의 강요로 강제 결혼을 해야할 위기를 맞는다. 결국 줄리엣은 마지막 방법으로 잠시 심장을 멎게 하는 비약을 마셔 로미오에게 떠나려 하지만 소식을 접하지 못한 로미오는 줄리엣이 정말 죽은 줄로만 안다. 줄리엣의 주검 앞에서 사랑의 맹세를 하며 독약을 마시는 로미오, 얄밉게도 너무 늦게 깨어난 줄리엣은 로미오를 살리기엔 늦었음을 알고 함께 죽음을 택하고 만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

예술의 도시이자 문학의 도시인 베로나에는 실제로 '로미오와 줄리엣'에 관한 명소들이 많다. 로미오가 줄리엣을 만나기 위해 담을 뛰어넘어 정열적인 키스를 나누던 발코니와 줄리엣의 동상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줄리엣의 동상은 유난히 가슴이 닳아 있는데 그 이유는 재미있는 속설 때문이다. 바로 그녀의 가슴을 한번 만지면 어떤 사랑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이곳을 찾는 청춘 남녀들은 필수(?)적으로 줄리엣의 가슴을 쓰다듬는다. 
또 줄리엣의 생가로 꾸며진 집과 그녀의 무덤도 마련돼 있다. 실제로 줄리엣이 정말 살았던 곳 같다.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을 유독 이곳 베로나로 정한 것을 보면 정말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곳에 살았던 실존인물인지 모른다. 
6월에는 줄리엣의 생일잔치가 벌어지는데 가장 큰 볼거리가 '줄리엣 선발대회'다. 모든 나라의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 대회는 유명한 아레나 극장의 오페라 축제와 함께 열리며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아레나 극장은 베로나의 또 하나의 상징이다. 로마의 원형극장 다음으로 큰 야외 원형극장인 이곳은 수용인원이 2만 명이나 된다고 하니 가히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 열리는 한 여름의 야외 오페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으로 이 공연만을 위해서 베로나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점점 잊혀져 가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해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언제나 영원한 사랑의 테마로 우리의 가슴에 새겨질 그런 명작이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인간을 사랑한 한 천사의 여정

  지구 위에 서서는 지구가 둥글다는 걸 느낄 수 없듯이 자신이 선 자리에서만 진리를 구한다는 건 무모한 짓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느끼는 순간 인간은 진리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곤 했다. 
  오래 전 성현들이 '고행(苦行)' 그 자체가 진리를 얻는 길이라고 했던 것처럼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구원을 얻고자 길을 떠났다. 아마도 출발과 다다름 그 사이의 모든 것이 답이고 진리이고, 여행은 존재에 대한 회피라기보단 '도전'일 것이다.

  영화인들에게도 '존재 속에 숨쉬는 갈망'을 '길'과 '길을 따라 가는 여행' 속에서 풀어 보려는 노력이 계속되어 왔다. 고대 신화 속의 숨가쁜 여정들은 1940~50년대 흔했던 모험활극 영화에서 펼쳐지고 이후 '길'과 '여행'은 작품의 보조적인 소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이야기되는 '길'의 시대가 도래하여 '로드 무비(Road Movie)'라는 새로운 영화 장르가 형성된다.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는 꾸준히 '길 위에서' 인간의 문제를 탐구해온 로드 무비의 대표적인 주자이다.

길 위에서 인간을 탐구하는 로드 무비
  1987년 작 '베를린 천사의 시'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던 빔 벤더스의 대표작이다. 한 천사의 천상에서 인간 세계로의 여정을 담아낸 이 영화의 원제는 '베를린의 하늘(Der Himmel Ueber Berlin)'이며, 그 '하늘'은 구원에 대한 '희망'을 의미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천사 다미엘과 카시엘은 베를린의 하늘에서 사람들을 살펴보고 기록하는 임무가 있었다. 다미엘은 그렇게 베를린 시민들 사이에서, 때론 그들의 마음도 어루만지며 그냥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다미엘은 서커스에서 가짜 날개를 달고 공중곡예를 하는 여인을 발견하곤 깊은 연민과 사랑을 시작한다. 이 여인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천사'같은 인간 마리온이었다. 천사 다미엘은 천사였다가 인간으로 환생한 영화배우 피터 포크를 만나게 되고, 결국 다미엘은 천사로서의 생명을 끝내고 한 인간으로서 마리온을 찾아간다. 
  이 영화는 독일의 수도이자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감독 빔 벤더스가 바로 머리 위 베를린 하늘에 구원을 바라는 침묵의 기도를 보내듯 천사 다미엘 역시 그 하늘에서 이 음습한 잿빛 도시를 사랑했다. 
  영화 속의 그 우울함과 그늘은 빔 벤더스 감독에게도, 천사 다미엘에게도 헤어나기 힘든 굴레인 것만 같다. 신은 베를린 하늘의 천사들이 수 차례의 사악한 전쟁을 막지 못한 이유로 그들을 불신한다. 독일인들은 신이 그들의 조국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두렵다. 베를린 하늘을 배경으로 다미엘이 올라서 있던 '승리의 여신상'은 독일의 많은 전쟁을 기리는 '전승기념탑'이었다. 
  수차례의 전쟁과 2차 대전의 패배가 개개인에게 준 현실적인 고통은 심각했다. '천사'인 다미엘이 고통 받는 베를린 시민을 어루만질 때 그것은 그저 아무도 듣지 못하는 무의미한 독백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인간'이 되어 그들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이처럼 진심을 드러내고 진정한 위로를 주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하다.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천사가 불멸도 버리는데 인간이 인간을 해치고 죽이는 것에는 과연 어떤 명분이 있겠는가. 
  천사이기를 저버리고 인간이 된 다미엘이 패전의 상흔 같은 베를린 장벽을 따라 걷는 것은 그가 앞으로 '인간'으로서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불멸을 포기하게 한 인간애
  '베를린 천사의 시'는 베를린이라는 도시 자체를 드라마로 느껴지게 한다. 젊은 시절 빔 벤더스 감독은 로드 무비만 찍는 감독으로 알려질 만큼 그는 여행자와 길, 여정, 도착지와 출발지 그 자체를 영화 속에 담아냈다. 
  이 영화에선 천사의 발걸음(?)을 따라 베를린이란 도시와 그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베를린 시민들을 그렸다. 통일 전의 베를린은 독일국민에게 그리 편한 장소가 아니었고, 감독에게도 심각한 고민이 담겨 있는 곳이었을 것이다. 군국주의, 나치, 전쟁, 분단, 이념대립 등등. 
  감독은 시공을 초월한 천사가 그 초월성을 포기하고 인간 세계에 구속되면서 베를린을 해방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어했던 것 같다. 안주할 수 있는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하는 과정, 그것이 바로 '구원'에 이르는 길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감독은 이 영화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 더 나아가 인류에 대한 사랑을 구현하는 과정으로서의 '여행'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베를린은 영화 속과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브란데부르크 문'은 프러시아 군국주의 시대의 개선문이었고, 독일 통일 후 지금은 동서 화합의 문으로 다시 태어났다. 좀 억지스럽긴 해도 말이다.

과거를 극복하고 진보하는 베를린
  이런 독일 역사의 상징인 베를린은 문명화된 문화 도시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국립박물관, 독일역사 박물관, 페르가본 박물관, 보데미술관 등, 그 다종다양한 독일 역사의 '실재(實在)'를 품고 있다. 
  또 현대의 역동성 역시 같은 곳에서 숨쉰다. 포츠담 광장을 중심으로 우람한 소니 센터를 비롯해 시네마 쿠프, 비즈니스 센터, 그리고 메르세데스 센터 등의 현대적 문명이 함께 어울린다. 빔 벤더스 감독이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표현한 베를린을 어떻게 받아들이던 현재는 또 다른 진보와 발전의 그림을 확실히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나오던 기차역과 다리 등 많은 장소가 사라지고 현대적인 건물이 들어선 걸 가지고 '옛날이 좋았다'고 운운하는 건 감상이다. 이 곳의 현대화가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이긴 하지만 그걸 마땅치 않게 보는 건 '보는 이'의 더 못난 욕심이 아닐까. 어쨌든 천사 다미엘이 안타까이 바라보던 그 때에 비해 발전된 희망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통일의 성지(聖地)가 된 베를린의 하늘 아래에서 인간 다미엘은 또 어떤 구원을 꿈꾸며 기나긴 여행을 계속하고 있을까….

[명작과 여행 - 영화'우연한 방문객']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의 우연한 방문객이다.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모두 언젠가는 어딘가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로 가기까지의 오랜 세월, 이 세상에 머무르는 동안 무엇인가를 자신의 마음 속에 새기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서의 성공과 명예란 것도 어쩌면 한나절의 햇살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훌쩍 떠나가는 여행에서 흔히 느껴지는 작은 것들의 소중함, 일상의 소중함 같은 것들이 어쩌면 더욱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하는 여행

 

  '우연한 방문객(The Accidental Tourist)'이란 영화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비극이 삶의 모든 것을 흐트러뜨린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작가인 앤 타일러가 썼다. 앤 타일러는 인간성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일상적인 사물을 따뜻하면서도 예리하게 관찰하는 시선 그리고 신선한 유머감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다.

사소한 일상 따뜻하게 그려

  "아주 사소한 일도 실제로 거대하고 중요한 일보다 더욱 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앤 타일러의 말은 그녀의 작품으로 들어가는 키워드다. 작고 사소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인생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것들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자신의 인생을 세워 놓은 계획대로 착착 이루어나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니 있다 해도 그런 삶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오히려 쉬엄쉬엄 가다가 뒤처지기도 하고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기도 하면서 나아가는 삶이 더 풍요로울 수 있다. 
  산에 오르면 누구나 내려와야 한다. 정상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산은 정복하기 위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을 오르며 그 풍경과 함께하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다.
  '우연한 방문객'은 '보디 히트' '그랜드 캐년' '프렌치 키스' 등을 만들었던 로렌스 캐스단 감독이 1988년에 만든 영화다. '보디 히트' '브로드캐스트 뉴스' '작은 신의 아이들' 등에 출연하며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윌리엄 허트, '보디 히트' '로맨싱 스톤' '장미의 전쟁' 등에 나오며 역시 최고의 여배우로 평가 받았던 캐슬린 터너, 그리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지나 데이비스가 출연했다. 
  감독이나 배우 모두 1980년대 당시로서는 가히 '드림팀의 구성'이라 할 만하다. 로렌스 캐스단은 서부극인 '실버라도'와 '와이어트 어프', 필름 누아르인 '보디 히트' 등 장르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지만, 베를린영화제 그랑프리를 탔던 '그랜드 캐년'처럼 보통 사람들의 다사다난한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내는 영화에서 유난히 재능이 돋보인다. 멕 라이언이 출연한 '프렌치 키스'도 파리를 배경으로 포근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이야기다.
  '우연한 방문객'의 주인공인 메이콘은 여행칼럼니스트이자 평범한 중산층의 가장이다. 일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맛보았고 가정도 나무랄 데 없이 평화롭다. 
  그러나 불행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시작된다. 하나뿐인 아들이 강도의 총에 맞아 숨진 것이다. 한없이 지속될 것 같았던 평화로운 일상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엄청난 충격은 메이콘과 아내인 사라의 관계까지 멀어지게 만들고 결국 별거에 들어간다. 
  망가져 버린 삶을 추스르기 위해 메이콘은 다시 여행을 떠난다. 그의 직업이면서, 유일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을…. 여행을 가기 전 애완견을 맡기기 위해 동물병원에 들른 메이콘은 우연히 뮤리엘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여행에서 돌아온 메이콘은 다리를 다치게 되고, 그런 그를 뮤리엘이 보살펴 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가까워진다. 하지만 메이콘의 여동생 로지의 결혼식에서 사라를 만난 메이콘은 재결합을 하게 된다.

예기치 못한 불행 속에서 찾은 진실

메이콘은 다시금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하지만 일 때문에 파리 여행을 떠난 메이콘은 비행기 안에서 뮤리엘과 만난다. 뮤리엘은 메이콘에게 여행 안내를 부탁하고, 메이콘도 동의한다. 아침에 일어난 메이콘은 뮤리엘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허리를 다쳐 꼼짝 못 한다. 뮤리엘은 메이콘이 혼자 갔다고 생각해 상심하고, 메이콘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은 사라는 파리로 온다. 그리고 사라는 뮤리엘의 존재를 알게 된다. 
  서로의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메이콘은 뮤리엘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달래주고 위로해 줬던 뮤리엘이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결국 메이콘은 뮤리엘을 찾아간다.

    파리라는 공간에서 메이콘과 뮤리엘이 맺어진다는 '우연한 방문객'의 설정은 꽤 그럴 듯하다. 파리는 언제나 보헤미안의 도시였다. '파리의 아메리카인'이란 영화도 있는 것처럼, 한때 미국의 수많은 예술가들은 파리로 향했다. 파리의 작은 방에 기거하면서 낮에는 노천 카페에서 자유와 열정을 토론하고, 밤에는 `술과 장미의 나날'을 보냈던 예술가들의 이상향. 파리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은 베르사유 궁전과 에펠탑이 아니라 도시의 일상을 떠받치고 있는 이름 없는 예술가들이었다.

영혼을 치유하는 공간 '파리'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미국과 달리, 프랑스의 파리는 유연하고 여백이 많다. 물질이 정신을 압도하는 미국과 달리, 프랑스의 파리는 자유로운 영혼을 아끼고 사랑한다. 파리라는 공간은 사람들에게 허식이 아니라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한다. 
  '우연한 방문객'에서 메이콘은 결국 사라가 아니라 뮤리엘을 택한다. 누가 보기에도 우아하고 멋진 사라가 아니라 약간 경박하고 수수한 뮤리엘에게 돌아간다. 
  메이콘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나를 너무나 잘 알지. 그래서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은 것조차 듣곤 하지. 그런데 부부 사이에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잘 아느냐보다 함께 있을 때 내가 누가 되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 같아. 그녀와 있으면 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편안해. 나는 그녀를 통해 상처를 치유받고는 하지." 여행지에서도 그런 기분을 많이 느낀다. 아주 유명한 관광지에서 느껴지는 묘한 위화감. 잘 알려지지 않은 조그마한 마을이나, 도시의 다정한 골목길이나 변두리에서 느껴지는 다정함 같은 것들. 사랑을, 행복감을 느끼는 첫 번째 요소는 결국 편안함이 아닐까. 열정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일상은 언제나 남아 있으니까.

[명작과 여행 - 영화'나의 즐거운 일기']

1994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나의 즐거운 일기(Caro Diario)'는 로베르토 베니니, 지아니 아멜리오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난니 모레티(Nanni Moretti) 감독의 대표작이다. 
  영화 속에서 실명으로 출연한 그는 베스파라는 스쿠터를 타고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한다. 
  이런 여행과 여행의 기록을 통해 감독은 이탈리아 좌파의 몰락과 희망 부재의 현실을 절절하게 드러내며 영화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영화 감독이자 반(反)파시스트로서의 자기 인식이 영화 전편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표현함에 있어 감독은 심각하게 무게를 잡는 대신 '이탈리아의 우디 앨런'다운 가벼움과 위트,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을 동원한다. 

주인공 난니 모레티는 베스파를 타고 로마 시내를 쏘다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로마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이야"라고 중얼거리고 아무 사람에게나 수다를 떨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가 돌아다니는 로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베네토 거리나 트레비 분수, 혹은 산탄젤로 성에서 테베레 강으로 이르는(이곳은 윌리엄 와일러의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돌아다니는 공간이다) 그런 곳이 아니다. 차라리 모레티는 로마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속물들의 거리가 된 로마와 이탈리아에 대해 말한다.

베스파 타고 로마 여행하기

  '나의 즐거운 일기'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에세이이자 세 가지 여행을 다룬 영화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주인공이 로마 시내를 돌아다니며 바라보는 풍경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는 바캉스 때문에 텅 비어버린 관광객들의 도시 로마를 여행한다. 
  여기서 그가 걸어다니는 게 아니라 베스파를 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스파 위에서 바라본 로마의 풍경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주마등 같은 이미지들이다. 마치 영화의 이미지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모레티가 영화 '플래쉬 댄스'의 스타 제니퍼 빌즈를 로마 거리에서 만나는 장면은 우스꽝스럽지만, 동시에 허구의 이미지와 기호로 가득한 로마의 풍경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첫번째 에피소드의 마지막 부분에서 모레티는 영화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죽음에 관한 옛 잡지와 신문 기사를 읽은 후 그가 살해된 로마 근교의 오스티아 해변으로 떠난다. 파졸리니 감독은 평생 파시스트에 대항해 싸웠고, 걸인들의 삶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섬과 섬 사이의 여정

동성애자의 손에 살해된 그의 죽음을 둘러싼 구설과 스캔들을 뒤로하고 모레티는 오스티아 해변으로 파졸리니의 흔적을 찾아 떠난다. 롱 테이크로 오랫동안 보여주는 이 장면은 묘한 슬픔을 담고 있다. 여기엔 모레티의 수다도, 구설도 없이 단지 한 영화 감독의 죽음을 기리는 동상과 바닷가의 풍경만이 있을 뿐이다. 
  두번째 여행은 첫번째보다 더 코믹하다. 두번째 이야기에서 모레티는 "난 섬과 섬 사이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라고 말한다. '사이'란 물론 여정을 뜻하는 말이다. 모레티는 지난 30년간 텔레비전을 전혀 보지 않고 단지 '율리시즈'를 탐구했던 철학자 친구와 함께 시칠리아 북쪽의 스트롬볼리라는 화산섬을 방문한다. 
  이 섬은 전후 이탈리아 영화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낸 로베르토 로셀리니가 그의 대표작 '스트롬볼리'(1950)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할리우드의 스타였던 잉그리드 버그먼으로, 그녀는 로셀리니의 영화에 반한 나머지 남편과 자식을 두고 무작정 로셀리니에게 달려갔다. 
  영화 '스트롬볼리'에서 가난한 어부인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한 잉그리드 버그먼은 남편을 따라 이곳 화산지대로 오게 된다. 하지만 가난한 어부들의 삶에 조금씩 환멸을 느낀 주인공은 급기야 도주할 결심으로 화산지대를 오르고, 때마침 거대한 화산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그녀는 신을 갈구하고, 그 순간 놀랍게도 은총을 경험한다.

 

 

삶은 꾸준한 여행의 기록

  신화적인 결론의 '스트롬볼리'는 당시 네오리얼리즘을 표방했던 로셀리니의 영화 목록에서 보자면 기묘한 작품 중의 하나였다. 가령 이 영화의 후반부에서 우리는 부르주아 여성인 버그먼이 산을 오르는 장면과 가난한 어부들의 삶을 번갈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산을 오르는 행위와 구원의 은총이 가난한 어부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나의 즐거운 일기' 두번째 에피소드의 무대인 스트롬볼리로 여행을 떠나면서 모레티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섬으로의 여행길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정말이지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문명을 거부하던 모레티의 철학자 친구는 우연히 배 위에서 미국 드라마 한 편을 보게 되는데, 그 순간 드라마의 마력에 푹 빠져버린다.
  영화 구상을 위해 조용한 곳을 찾아 여행길에 나섰지만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섬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드라마 시청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는 황급히 섬을 떠나버린다. 텔레비전에 밀리는 영화의 현실에 대한 풍자로 보이는 이런 설정에서 여행은 모든 걸 잊고 떠나야만 그 참된 은총을 경험할 수 있다는 진리도 깨닫게 한다.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모레티는 "건강을 위해서는 카푸치노와 빵, 그리고 물 한 잔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라고 소박하게 말한다. 원인 불명의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모레티는 평판이 좋은 유명한 피부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지만 전혀 호전되는 기미가 없다. 게다가 의사마다 치료법이 다르고, 한 의사는 모레티의 가려움증이 '암'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의사는 그런 '암'을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레티는 그런 의사들을 향해 "의사들은 언제나 자기 말만 한다. 그들은 환자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라고 빈정거리고, 건강을 위해 물 한 잔을 마신다.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이 세번째 에피소드는 질병에 관한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인간 세상의 진면목을 다루고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 자신의 아픈 곳을 치료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린다. 
  하지만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타인의 처방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먼저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그러니 내 안으로 떠나는 여행 또한 필요한 것이다. 
  '나의 즐거운 일기'는 그런 점에서 영화 전체가 여행과 기록으로 이루어진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로마, 스트롬볼리, 그리고 자기에게로의 여행. 주인공은 여행을 통해 질문하고 사유하며, 그것에 관해 논평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각각의 여행에서 얻게 된 교훈을 일기에 빼곡하게 적고 있다. 그것은 제목처럼 자신만의 체험과 느낌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가꿔가는 일이다.
  여행의 기록. 우리의 삶이란 그런 여행의 기록과 다름이 없다.

 

[명작과 여행 - 영화 '마르셀의 여름']

어릴 적 시골 외가에서 보내던 여름 방학. 짙푸른 녹음과 강렬한 햇살을 배경으로 산과 들을 헤집고 다니다 냇물에서 한바탕 첨벙거리고 원두막에서 참외와 수박으로 온 얼굴을 흠뻑 적시던 기억들. 밤 하늘 가득한 별들과 매큼한 모깃불, 그리고 할머니의 부채질에 가물가물 잠들던 저녁. 유년이 그토록 아늑했을까. 이브 로베르 감독의 '마르셀의 여름'은 어린 시절이란 좋은 사람과 의미 있는 일들로 가득찬 완벽한 시절이라고 믿는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따뜻한 추억담이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어린 시절의 정경

마르셀이라는 영민한 소년이 열 살 혹은 열한 살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특별한 플롯이나 자극적인 드라마 없이 어린아이의 나날에 있음직한 단순한 에피소드들로 연결해 나간다. 프랑스 소설가이자 영화 감독인 마르셀 파뇰의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성인이 된 마르셀이 화면 밖 내레이션으로 회고하는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마치 침대 머리맡에서 읽어주는 그림책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아버지는 나보다 스물 여섯 살이 더 많고 어머니와 나는 나이가 똑같다"고 생각하는 마르셀은 종종 학교 선생님인 아버지의 교실에 앉아 있었던 덕분에 세 살 무렵 저절로 글을 깨우친다. 어머니가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며 책장을 걸어 잠그자 부엌에 있는 요리책을 집어 들고 생선과 야채 이름을 읊조린다. 
  어느날 친구로부터 '아이는 엄마 배꼽에서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마르셀은 자신의 배를 세밀히 관찰한 결과 배꼽의 모양새가 단추처럼 열고 닫을 수 있음을 '발견'한다. 그 후로 어머니 오귀스틴은 '배꼽을 두 번이나 열고 닫아서' 남동생 폴과 갓난아이 여동생을 만들어낸다.

가족과 떠난 시골의 여름 휴가
  소년이 되어 가족과 함께 오반느 근처의 별장으로 긴 여름 휴가를 떠난 마르셀은 거기서 "내 생애에 가장 아름다운 날들의 시작"을 맞이하게 된다. 태양빛이 쏟아지는 시골길에서 여러 가지 풀의 이름과 매미 소리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된 그 휴가를 통해 어머니에게도 15세 소녀 같은 구석이 있다는 것, 자신도 어른들처럼 때로 거짓말을 하고 싶어진다는 것, 아버지가 모든 면에서 최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등을 이해하게 된다. 
  마르셀의 추억은 산 속 소년 릴리를 사귐으로써 절정에 달한다. 덫을 놓아 새를 잡을 줄 알고, 황야에 있는 일곱 개의 샘물을 찾아낼 수 있고, 소나기가 언제 닥칠 것이며 어디로 가서 비를 피해야 하는지를 귀신처럼 알아내는 릴리는 마르셀에게 프로방스의 정령 같은 존재로 기억된다. 이로써 '과학에 일생을 바치리라'고 결심했던 마르셀의 영혼에 자연과 문학이 함께 자리를 잡는다. 
  '마르셀의 여름'은 1900년 전후를 배경으로 남프랑스의 번화한 항구 도시 마르세유와 역시 프랑스 남동부에 있는 프로방스 지방의 정경을 풍부하게 불러들인다. 화면이 열리면 항공 촬영으로 찍힌 가르라방 지방의 산악 풍경이 유려하게 펼쳐지면서 "내가 태어난 곳 오반느는 가르라방 밑에 있는데 그곳은 프로방스 지방의 우뚝 솟은 바위들의 탑"이라고 말하는 마르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후로도 "오반느에서 엑스로 가는 황야의 끝에 사막 같은 곳이 있고, 거기 트레이 마을의 광장 한가운데에는 샘물이 조잘댄다"며 프로방스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다. 
  마르세유로 이사간 뒤 꼬마 마르셀이 이모와 함께 일요일마다 산책을 다니던 보렐리 공원 장면은 파리

오르세 박물관에 전시된 인상파 그림을 옮겨놓은 듯, 번성하는 부르주아 계층의 윤기 나는 삶의 풍광을 여실히 재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화의 원 제목인 '아버지의 영광(La Gloire De Mon Pere)'은 역사상 '좋은 시대'로 불리는 20세기 벽두의 위풍당당한 조국 프랑스에 대한 헌사처럼 들리기도 한다.

햇살과 즐거움 가득한 어린 시절
  이 시기의 프랑스 사람들은 마르셀의 아버지 조셉처럼 종교의 시대가 가고 과학과 기술, 이성의 시대가 도래하리라고 확신했으며 그것이 가져다 줄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했던 것 같다. 낙천가에다 이론가 기질의 과학 숭배자인 조셉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끝끝내 아들에게 영웅으로 남는다는 사실은 하나의 예증이 된다. 
  이런 류의 성장 영화들 속에서 아들은 흔히 아버지의 초라함을 발견함으로써 유년의 아늑함으로부터 튕겨져 나오고 현실 세계에 눈을 뜬다. 그러나 이 영화 속의 아버지 조셉은 자연의 삶에 서툴러 아들로부터 신임을 잃을 뻔했으나, 황제 자고새를 두 마리나 사냥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한다. 커다란 새 두 마리를 허리춤에 매달고 아들과 함께 마을을 순례하던 조셉은 과학기술의 상징이던 사진 속에 '아버지의 영광'을 기록해 둔다. 
  그러나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시대정신이 어떤 것이든 우리에게 먼저 와닿는 것은 아름다운 여름날의 풍경이고, 그 안에 담긴 여유로운 삶이다. 마을을 이루고 있는 집들의 모양이나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생김새와 차림새는 다를지라도 '시골'이라는 공간이 주는 한가롭고 다정다감한 정서는 우리를 어느 새 유년의 고향으로 달려가게 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어린 시절은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어른의 기억에 의해 재구성된 것이다. 아이의 인생에는 아무런 고통도 없고 나쁜 어른이나 불가해한 현실도 없다. 영화 속에서는 오직 반짝이는 햇살과 즐거움만이 한가롭게 묘사되어 있다. 어쩌면 우리들이 기억하고 싶어하는 어린 시절은 이런 게 아닐까.

 

 

삶의 온기가 된 유년의 여행 
  기억은 삶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시간과 망각의 매정한 풍화 작용을 겪으면서 사라져버린 듯했던 어떤 기억들이 사소한 감각적 경험을 계기로 불현듯 되살아 온다. 그럴 때 기억은 현실로 변한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마르셀의 여름'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어딘가 통하는 구석이 있다. 병약한 프루스트가 사망 직전까지 13년간 한 편의 소설에 매달리면서 '시간에 맞서는 정신의 긴 투쟁'을 벌였던 것처럼, 낭만적인 안경을 쓴 채 유년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우리는 아마도 신산한 삶을 버틸 수 있는 온기를 찾고자 투쟁하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는 가족, 친구, 그리고 자연과 함께한 햇살 가득한 여행의 추억이 있어 우리를 돕는다. 이런 유년의 토양을 바탕으로 우리 삶은 힘을 얻고 한층 풍성해지는 것이리라. 
  릴리와 함께 산 속에 남아 은둔자로 살겠다며 모의를 꾸미기도 했던 마르셀의 그 다음 여름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동일한 작가와 감독의 후속 작품인 '어머니의 성'으로 이어진다.

 

 

[명작과 여행 - 쥘 베른'80일간의 세계일주']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길'이란 시간이나 공간을 거치는 과정이라고 나와 있다. 길을 간다는 것, 그것은 여행을 의미한다. 우리 선조들도 '여행을 떠난다' 대신 '길을 떠난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만큼 여행과 길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여행하는 자는 승리한다'

기계처럼 정확한 주인공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책의 배경인 1872년은 '증기기관'의 발달로 '철도'라는 새로운 길이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 나가던 시기였다. 현대의 항공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로 인해 세계는 훨씬 가까워지게 되었고, 사람들의 관심은 세계로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쥘 베른(Jules Verne) 역시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간 길을 따라 세계 지리 여행을 하길 바랐다고 한다. 동시에 주인공의 모험을 함께 맛보면서 여행이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변화시키는지 깨닫기를 바랐을 것이다.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는 영국인으로 기계적인 사람이다. 그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고 늘 준비가 되어 있다. 쓸데없는 걸음이나 행동은 하지 않고,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않지만 언제나 제시간에 도착한다. 예를 들면 '11시 30분에 새빌로우의 자기 집을 떠나, 오른발을 왼발 앞에 575번 내딛고, 왼발을 오른발 앞에 576번 내딛어 혁신클럽에 도착'하여 한 발자국의 오차도 만들지 않는다. '언제나 섭씨 30도로 가져와야 되는 면도물을 29도로 가져왔다고 하인을 해고'하고, 새로운 하인에게는 "오전 11시 29분부터 일을 하게"라며 1분도 어긋남 없이 지시한다. 그런 그가 혁신클럽 사람들과 내기를 하게 된다. 매사에 정확한 그답게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클럽까지 되돌아오는데 80일에서 1초도 넘기지 않겠다며 말이다. 
  원래 포그는 클럽에서도 카드 게임을 하든지, 혼자 책이나 신문을 볼 뿐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신문에서 봄베이에서 캘커타에 이르는 인도 횡단 기찻길이 완공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날, 혁신클럽에서는 영국 은행을 털은 도둑의 도주 가능성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포그는 세계가 좁아져서 지구상에는 범인이 숨을 곳이 없다고 주장했다. "예전엔 지구 한 바퀴 도는 데 석 달 이상 걸렸지만 이제는 딱 80일이면 되네"라며 잘라 말했다. 
  혁신클럽 사람들은 정확성을 나타내는 그 '딱'이란 말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 걸음, 1도, 1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포그는 자기 주장이 사실임을 1초의 오차도 없이 입증해 보이겠다며 자청하기에 이르렀다. 은행에 저축되어 있는 전 재산의 반을 내기에 걸면서. 여행 중에는 예기치 못한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 계획이 어긋날 확률이 높다는 주위의 우려조차 "모두 계산에 넣었네"라며 일축했다.

내기로 떠난 세계일주
  바로 다음 날 포그는 동반자 한 명과 런던→ 파리(프랑스)→ 수에즈(이집트)→ 아덴(아라비아)→알리하바드→봄베이→ 캘커타(이상 인도)→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중국)→ 요코하마(일본)→ 샌프란시스코→ 오마하→ 시카고(이상 미국)→ 리버풀→ 런던(영국)에 이르는 여정에 올랐다. 동반자란 바로 하루 전날 채용한 하인 빠스빠르뚜이다. 그는 다른 사람과 얽히는 것을 싫어하는 포그와 달리 호기심이 많고 쉽게 흥분하며 친절한 성격을 가진 둥글둥글한 얼굴의 프랑스 사람이었다. 
  이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동반자와의 여행길에서 포그는 계획과 달리 뜻하지 않은 일들을 겪게 된다. 이집트 수에즈 항에선 그를 은행 절도범으로 단정하고 끝까지 추적하는 픽스 형사와 만나게 되며, 인도

 

봄베이항에 도착해서는 캘커타까지 가는 기차를 탔는데 도중에 숲 속 한가운데서 멈춰 서버리기도 한다. 약 50마일 정도의 구간에 아직 철길이 놓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인도 횡단 철도가 완전히 개통되었다는 건 잘못된 보도였던 것이다. 
  포그는 어쩔 수 없이 코끼리를 이용해 울창한 숲을 뚫고 간다. 그리고 숲 속에서 풍습에 따라 족장의 젊은 미망인을 산 채로 화장하려는 브라만 광신도들의 행렬을 만난다. 잘못되면 요코하마행 배를 놓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헛걸음이라곤 안 하는 포그가 그 미망인을 구하기로 한다. 
  이처럼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 해도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것이 여행의 묘미다. 나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닐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행이란 어차피 낯선 장소로 떠나는 것이고,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과 만나게 되면 갈등도 생기는 법. 그 갈등을 극복해 나가면서 여행자들은 세상에 대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세계를 보는 눈과 이웃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애초에 포그는 새로운 것을 보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80일이란 시간 안에 지구를 성공적으로 한 바퀴 도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하자 조금씩 변하게 된다. 한 발짝도 헛걸음 않는 그가 인도에서는 많은 시간을 버리며 인도 여인 아우다를 구하고,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서 뉴욕으로 가던 중 오마하 근처에서 인디언들한테 잡혀간 하인을 구하러 가는 모험을 감행한다. 80일 안에 여행을 못 끝내면 내기에 져 파산할 수 있는 데도 말이다.

 

내기보다 우정과 사랑 선택
하지만 그 때 빠스빠르뚜를 구하러 갔기에 극적으로 포그는 내기에 이기게 된다. 시차로 하루를

 

벌었다는 것을 먼저 안 빠스빠르뚜가 포그를 정확한 시간에 혁신클럽으로 데려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기에 져 파산한 줄 알았던 가장 불행한 순간에 인도 여인 아우다는 "저를 아내로 삼지 않겠어요?"하며 사랑을 고백해 포그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만일 포그가 처음 계획대로 순탄한 여행을 했었다면? 인도의 숲길로 가지 않고, 또 동행을 구하기 위해 인디언을 쫓아가지도 않았다면? 물론, 그 때도 내기에서는 승리했을 거다. 하지만 '아우다'라는 여인을 만날 수 있었을까?여행은 이처럼 여행자를 한 순간에 험한 길로 빠지게도 하며 새로이 꽃길을 만나게도 해준다. 여행자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또 인생의 진정한 의미인 우정과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여행하는 자는 승리한다'라는 아라비아 속담처럼 인생에서의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인생길의 영원한 동반자를 얻어 인생에서도 승리한 포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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